여기 한 남자가 있다. 호리호리한 체형에 덥수룩한 갈색머리,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눈에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닌 이 남자를 첫인상만으로 평가한다면, 그가 4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 비즈니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의 구루라는 사실을 알아채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흥미진진한 놀라움을 안겨주는 ‘경영의 구루’ 하지만 이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을 한 남자는, 2005년에는《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혔고, 액센추어가 선정한 ‘일류 비즈니스 전문가 50인’에서 34위인 잭 웰치와 45위인 리처드 브랜슨을 제치고 27위를 차지한 비즈니스 전문가다. 2008년 월스트리트 저널이 발표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사상가 20인’ 리스트에서는 3위인 빌 게이츠에 이어서 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경영의 구루’라는 호칭을 붙이기에 전혀 어색함이 없는 셈이다. 첫인상과는 다른 이 남자의 경력과 영향력에 놀랐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남자가 그 흔한 MBA를 나오지 않았으며, 명문 대학은커녕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한 것이 학력의 전부인, 자메이카 이민자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면 다시 한 번 놀랄 것이다. 이 남자가 안겨주는 놀라움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단 4권의 책을 썼지만 그 4 권이 모두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인기 강사로 활약하며 수많은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하지만 비즈니스 세계의 많은 베스트셀러 저자들처럼 컨설팅회사를 차려 저술과 강연을 기업적 차원에서 전개하진 않는다. 그렇게 하면 1인 기업으로서 어마어마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것은 이 남자가 본인 스스로를 ‘저널리스트’라고 정의하며 ‘글쓰기’를 천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는 명료하고 비범한 필력과 차별화된 이슈를 고르는 탁월한 감각으로1987년부터 1996년까지〈워싱턴 포스트〉리포터로 일했으며 1996년부터 지금까지 ‘문학적 저널리즘’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뉴요커〉의 기고 작가로 활약 중이다. 이처럼 흥미진진한 놀라움을 안겨주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티핑 포인트』와 『블링크』, 『아웃라이어』라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이다. 신조어 제조기 누군가가 창안한 새로운 개념과 용어가 전문가들을 넘어서 일반적으로 널리 쓰인다는 것은 그만큼 그 개념과 용어가 사회적으로 광범위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뜻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말콤 글래드웰은 비즈니스계의 강력한 신조어 제조기다.그의 책 속에서 사용되어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용어들을 잠시만 살펴 봐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용어들이 담고 있는 개념들이 전적으로 말콤 글래드웰의 창작은 아니다. 말콤 글래드웰의 역할은 학계나 전문가 집단에서만 통용되던 딱딱하고 전문적인 개념에 인상적인 이름을 붙여주고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맛깔스럽게 설명하는 마케터, 커뮤니케이터, 이야기꾼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식이 널리 유통되고 많이 사용될수록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는 말콤 글래드웰과 같은 사람이야 말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비즈니즈를 넘어 문화와 사회를 통찰하다 말콤 글래드웰의 최근 저작들은 그가 ‘경영’과 ‘비즈니스’의 경계를 넘어서 더 폭넓은 시선으로 현대 사회를 바라보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티핑 포인트』(2000)과 『블링크』(2005) 이후 오랜만에 선보인 『아웃라이어』(2009)는 얼핏 보면 ‘성공의 비결’을 찾는 자기계발서처럼 보인다. 하지만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에서 말하고자 한 것은, 개인의 힘만으로 이룰 수 있는 성공이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성공이란 환경과 기회의 조합 속에서 얻어지는 것이지만 기회는 공정하게 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성공이 상당 부분 행운에 기대었음을 인정하고 겸손해야 하며, 실패한 사람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려선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2010년 출간된 『그 개는 무엇을 보았을까』는 말콤 글래드웰의 관심사가 얼마나 폭넓고 또 그의 시선이 얼마나 날카로운가를 잘 보여준다. 이 책은 15년 동안 그가 <워싱턴 타임즈>와 <뉴요커>에 연재했던 수 백 편의 칼럼 중에서 19편을 뽑아서 엮은 것이다. 대개는 인간 심리와 관련된 내용들이지만 그 소재의 폭이 놀랄 만하다. 염색약 광고, 개 조련사, 토마토 케첩, 주방기기,피임약, 노숙자, 면접, 챌린지호 폭발사고, 엔론 사태, 유방암, 표절, 그리고 범죄심리학까지, 종횡무진하며 펼쳐내는 말콤 글래드웰의 ‘글발’은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마력을 발휘한다.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은 유명세에 비하면 저서가 많은 편이 아니다. 지금까지 4권이 전부이고, 그나마 1권은 칼럼을 모아 묶은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3개월 전에 출간된 책도 시의성을 잃고 트렌드에 뒤쳐진 것이 되기 쉬운 세상에서, 그의 책들은5년,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신선하고 흥미롭다. 그의 글이 트렌드를 반영해야 하는 ‘저널리즘’에 속한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한층 놀라운 사실이다. 그는 사상가도 아니고, 이론가도 아니며, 혁명가도 아니다. 오직 ‘글쓰기’로만 승부하는 전형적인 ‘저널리스트’일 뿐이다. 하지만 그냥 저널리스트는 분명 아니다.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유일무이한 존재이니 말이다. 그가 다음 책에서는 또 어떤 것을 소재로 흥미만점의 이야기를 들려줄까? 400페이지가 넘는 『그 개는 무엇을 보았을까』를 앉은 자리에서 읽어 치우고 나니 벌써부터 그의 새로운 이야기가 듣고 싶어져 큰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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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news.kyobobook.co.kr/people/zoomInView.ink?sntn_id=1244&expr_sttg_dy=201004061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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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ohns 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