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ORTUNE KOREA 500] 총론 및 분석
  • 글로벌 위기 속 큰 폭의 외형 성장 실속 없는 성장으로 위기감 고조
    ‘포춘코리아 500’으로 본 2012년 국내 기업 실적

  • 2
  • 2012년은 국내 기업에게 치열한 도전의 한 해였다. 밖으로는 주요 수출 대상국인 선진국들의 경기 침체와 재정위기가 이어져 수출로 먹고 사는(국내총생산GDP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0%가 넘는다) 우리에게 적지 않은 타격을 줬다. 또 안으로는 저축은행이 넘어지고 건설사가 쓰러지고 조선업체가 침몰하는 내환이 벌어지며 소비심리가 악화됐다.

    매출액 기준 국내 500대 기업의 실적 자료를 집계하는 ‘포춘코리아 500’에는 이 같은 기업 환경과 고군분투가 나이테처럼 새겨져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은 외형 면에선 호실적을 수년째 이어가고 있지만, 실속 차원에선 위기감이 점차 고조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차병선 기자 acha@hk.co.kr


    2012년 한 해 동안 포춘코리아 500대 기업이 올린 매출을 모두 합치면 2,520조7,665억 원이다. 2011년에 비해 155조319억 원(6.6%)이 늘었다. 글로벌 기업환경이나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를 감안하면 놀라운 결과다.

    그렇지만 외형과 달리 내부는 부실해졌다. 당기순이익 총합은 92조66억 원으로 전년보다 10조9,543억 원 줄었다. 2011년부터 감소세(-1.8%)로 돌아선 당기순이익 총액은 2012년에 더욱 큰 폭(-10.6%)으로 하락했다. 덩치는 커가는데, 체력은 점점 약해지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매출액 대비 당기순이익 성장률(500대 기업 중앙값*)도 2.3%로 전년에 비해 0.6%포인트 감소했다.

    엎치락 뒤치락 순위 다툼

    2012년 포춘코리아 500에선 삼성전자가 부동의 1위를 지켰고, SK와 현대자동차가 2년째 넘버2와 3위 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10위권 기업 간 자리다툼이 많았다. SK이노베이션이 포스코(5위)를 제치고 4위에 올랐으며, 현대중공업(6위)은 LG전자(7위)를 따라잡았다. 한국전력공사(8위)와 GS칼텍스(9위)는 서로 순위를 바꿨다. 기아자동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위에 올랐다.

    순위가 가장 많이 상승한 기업은 동부대우전자(313위)로 2011년 대비 143위 상승했다. 동부대우전자는 2012년 동부그룹에 편입되면서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매출이 크게 올랐다. 매출성장률은 56.9%. 또 다른 요인도 있다. 회계연도 기준을 2011년과 2012년에 두 차례 변경하며 2011년에는 1~5월까지 5개월간 매출만 누적집계했고, 2012년에는 6~12월까지 7개월 자료만 집계해 공시했다. 기간이 2개월 늘어남에 따라 매출 규모도 자연스레 늘어난 측면도 감안해야 한다.

    두 번째로 상승폭이 큰 기업은 인탑스(341위)다. 전년대비 139 계단 올랐다. 인탑스의 주력 사업은 이동통신단말기 사업으로 제품 전량을 삼성전자로 납품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성장하고 삼성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면서 인탑스도 매출이 크게 올랐다. 반면에 웅진홀딩스(459위)는 순위 하락폭이 가장 컸다. 전년대비 226 계단 추락했다. 부실계열사로 인해 재무건전성이 악화됐고, 우량 계열사를 매각함에 따라 지주사인 웅진홀딩스의 매출이 3,000억 원 감소했다.

    올해 리스트에 새로 진입하거나 탈락한 기업은 각 45곳이다. 예년에 비해 조금 적은 편이다. 농협금융지주(19위)와 농협경제지주(96)가 농협중앙회로부터 분할되며 리스트에 등장했고, 코오롱은 계열사의 선전 덕에 이름을 빛냈다. 한편 탈락한 회사 중엔 저축은행과 건설사, 조선업체 등이 두드러졌다.

    2012년 성장성이 가장 높았던 기업은 어디일까? 지난 1년 동안 당기순이익이 가장 많이 성장한 기업은 휠라코리아(469위)로 전년 대비 5,481% 증가했다. 휠라코리아는 해외사업분야에서 성장세가 뚜렷했다.

    1년간 매출액이 가장 많이 성장한 기업은 코오롱(95위)으로 696.1% 증가율을 기록했다. 종속회사인 코오롱글로벌의 건설 및 유통사업부문의 매출액이 증가한 덕이다. 코오롱글로벌은 2011년 말 코오롱아이넷과 코오롱비앤에스를 흡수합병하면서 기존의 건설부문에 IT부문, 무역부문, 유통부문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기존 건설부문의 매출액이 감소했음에도 외형 성장을 이루었다.

    이익성과가 좋은 기업을 보자. 당기순이익이 가장 큰 기업은 삼성전자(1위), 현대차(3위), 기아차(10위) 순이었다. 삼성전자는 현대차에 비해 당기순이익이 2.7배 컸다. 삼성전자는 매출이나 순익 모든 면에서 국내 으뜸 기업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매출액대비 당기순이익률이 가장 우수한 기업은 삼성코닝정밀소재(132위)로 41.7%의 높은 수익성을 자랑했다. 삼성코닝정밀소재는 스마트폰이나 LCD TV에 사용되는 유리 기판을 만드는 회사로 삼성전자와 코닝의 합작사다. 유리기판은 세계적으로 4개 회사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어 수익률이 높다. 자기자본이익률이 가장 높은 회사는 텍사스인 스트루먼트코리아(344위)로 78%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전자산업 비중 크게 높아져

    업종별 자료를 분석해보자. 덩치가 가장 큰 업종은 전자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이하 전자산업)으로 29개사가 339조9,593억 원을 벌어들였다. 전체 매출 대비 13.5%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순이익 규모 역시 가장 큰 25조6,966억 원으로 전체 대비 27.9% 비중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전년의 12.9%보다 2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다음은 전문서비스업으로 지주사가 대거 포함되어 있어 매출액 규모가 크다. 297조5,181억 원(11.8%)이다. 순이익은 4조3,120억원, 순이익률은 1.4%. 세 번째로 큰 산업은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으로 36개사가 232조9,703억 원(9.2%)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두번째로 큰 17조3,401억 원(9.2%), 순이익률은 전자산업보다 조금 작은 7.4%로 나타났다.

    매출대비 순이익률이 가장 높은 산업은 부동산업(9.5%)으로 나타났고, 비금속 광물제품 제조업(9.4%), 전자업종(7.6%) 등이었다. 가장 낮은 산업은 수상 운송업(-6.1%)이었다. 순손실이 가장 큰 업종은 전기 가스 증기 공기조절 공급업으로 102조8,574조 매출에 순손실 2조2,750억 원이었으며, 수상 운송업도 30조5,947억 원 매출에 순손실 1조8,690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글로벌 500과 디커플링

    포춘코리아 500대 기업의 실적은 글로벌 500대 기업이나 미국 500대 기업의 실적과 점차 차이를 벌려가고 있다. 포춘코리아가 국내 500대 기업 실적을 집계한 2008년 이래 2010년까지 3년간 국내 기업의 실적 변화는 글로벌 기업이나 미국 기업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증감하는 방향이나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점차 회복하는 그래프를 모두 동일하게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2011년부터 국내 기업 실적은 글로벌 기업이나 미국 기업과 다른 양상을 연출하고 있다. 2011년 글로벌 500대 기업과 미국 500대 기업이 매출과 순이익 모두 기록적인 성장을 보여준 데 반해 국내 기업 실적은 ‘선방’ 수준에 그쳤다. 2012년엔 한국 기업이 외형 면에서 글로벌·미국 기업의 성장속도를 앞질렀다. 매출 성장률은 한국이 6%대로 글로벌 기업이나 미국 기업의 3%대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그러나 순이익이 감소하는 속도 역시 한국 기업이 가장 빨랐다. 가장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한 건 미국 기업으로 당기순이익 0.5% 감소에 그쳤고, 글로벌 기업은 5.5%, 국내 기업은 10.6% 하락했다.

    순이익이 하락한 건 세계적인 불황의 여파다. 미국 기업의 순이익 하락폭이 적은 비결은 구조조정에 있다. 2008년과 2009년 패닉을 겪으며 미국 기업은 많은 직원을 해고했다.

    이후 경기가 회복되고 기업도 점진적인 성장을 하고 있지만, 인력을 다시 늘리지 않았다. 그 결과 미국 500대 기업의 2012년 수익률(매출액 대비 당기순이익)은 지난 20년 평균값을 웃돌 정도로 높게 유지됐다. 하지만 향후 경기 회복이 진행될수록 고용과 연봉이 늘 수밖에 없어 미국 기업의 수익성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신규 진입 및 탈락 기업

    올해 포춘코리아 500에 새로 진입한 기업과 탈락한 기업은 각 45개 씩이다. 포춘코리아가 500대 기업 집계를 시작한 2009년 이래 가장 적은 수치다. 이전까진 최소 51개에서 최대 60개 사이에서 변동을 보였다.

    신규성장요인을 분석하면, 95위 코오롱은 종속회사인 코오롱글로벌의 건설 및 유통사업부문 매출이 증가하며 단번에 100위권 내에 진입했으며 총 33개 기업이 이 같은 사업 성장에 힘입어 포춘코리아 500에 진입했다. 법인을 신규 설립하거나 상장하면서 500대 기업에 오른 곳은 5개사다. 2012년 3월 농협중앙회로부터 물적분할한 농협금융지주㈜와 농협경제지주㈜는 각 19위와 96위에 이름을 올렸다. ㈜씨제이헬로비전은 2012년 11월 기업공개로 상장되며 포춘코리아 500대 기업 기준에 포함됐다. 기업을 인수하거나 자회사 지분을 키워 연결재무제표상 종속회사로 편입시키고, 이를 통해 모기업 매출이 상승한 경우는 동서석유화학(381위) 등 4곳이다.

    연결재무제표상 모기업으로부터 분리한 기업은 2곳으로 우리아비바생명보험(257위)과 GS파워(311위)가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지분 51.58%를 갖고 있는 우리아비바생명보험(257위)은 일반적인 원칙에 따라 우리금융지주의 종속회사로 포함시켜야 하나, 실질적으로는 우리금융지주와 아비바생명보험이 공동으로 지배하고 있어 올해부터 우리금융지주의 종속회사에서 분리시켰다. 동서석유화학(381위)은 2011년 결산 월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매출집계 기간이 2011년 1~3월로 줄어 순위에서 누락됐지만, 2012년에는 정상집계되며 순위에 재진입했다.

    탈락 기업을 보자. 우선 특정 업종의 부침이 눈에 띄었다. 저축은행 3곳, 건설사 3곳, 조선업체 2곳 등이 상장폐지나 감사의견 거절, 기업회생 절차 등을 겪으며 500대 순위에서 밀려났다. 탈락 요인별로 자세히 살펴보면, 상장폐지나 파산, 영업정지를 당한 곳이 솔로몬저축은행(2011년 매출순위 263위·이하 연도표기 생략) 등 3곳이고, 감사의견 거절이나 감사의견 한정으로 500개 기업 기준에서 제외된 기업이 성동조선해양(196위) 등 5곳이다. 기업 분할, 종속회사 감소 등으로 탈락한 곳은 5곳으로 옛 한국타이어(76위·현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타이어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신 한국타이어를 신설함에 따라 매출이 감소했다. 타 기업에 합병되거나 종속회사로 편입되며 증발한 곳은 6곳으로 한국외환은행(43위)이 하나금융지주의 비상장 종속회사로 편입됐고, 케이피케미칼(93위)은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과 합병하며 순위에서 사라졌다.

    단순 매출감소로 탈락한 곳은 26곳. 이 중 한일건설(463위)은 2013년 4월 상장폐지됐고, 남광토건(465위)과 벽산건설(469위)은 2012년 말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인가결정을 받고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포춘코리아 500 연도별 비교

    포춘코리아 500대 기업 선정 발표가 올해로 5회째를 맞는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등에도 비교적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해오던 우리 기업은 2012년 들어 다소 저조한 실적을 냈다. 500대기업 매출액을 전부 더한 총 매출액은 증가했지만 총 당기순이익은 감소했다. 매출액 총액 2,520조7,665억 원으로 전년대비 6.6% 성장했고, 당기순이익 총액은 92조66억 원으로 10.6% 축소됐다.

    중앙값으로 살펴보면, 매출액 증가율은 5.1%포인트 하락한 7%, 당기순이익 증가율은 4.3% 포인트 줄어든 -7.1%를 기록했다. 자기자본이익률 역시 전년 9.4%에서 7.9%로 소폭 하락했다. 이들 모두 2012년 동안 경제사정이 어려웠던 점을 반영하는 수치다.

     


    입력시간: 2013-11-29 10:54:16










  • 출처:fortune.hankooki.com/fortune_view.php?gs_idx=986


Posted by Johns Sh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