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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과 경제지리
이민부(대한지리학회장, 교원대 교수)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미국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인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1953년생)이 받았다. 부시의 경제정책에 대한 강한 비판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스웨덴 한림원이 밝힌 그의 수상 선정 배경은 “서로 다른 연구 분야인 국제무역(world trade)과 경제지리(economic geography)를 통합하였다”. 그리하여 “크루그먼은 무역조건의 패턴을 분석하여 세계화(globalization)가 도시화(urbanization)를 촉진하며, 이 결과 첨단기술이 발전한 중심부(core)와 덜 발전된 주변부(periphery)로 나누어지는 현상”을 밝혔다는 점이다(조선일보, 08.10.14).
경제학자들의 부연설명을 보면, 국가 자체적인 도시화의 추동력 외에 전 세계적인 도시화에 대한 또 다른 힘은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효과라고 본다. 그리고 전통적인 비교우위적인 국제무역 외에도 규모의 경제와 소비의 다양성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경향신문, 08.10.14).
지리학의 분야에서 경제지리학은 가장 중요한 인문지리의 한 분과이다. 지리학은 이미 세계화와 도시화와 산업화(industrialization)가 세계 공간과 국가 공간, 지역 공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러한 공간 혹은 장소들은 경제적인 요인에 의하여 어떻게 공간적 연결체계(spatial network)를 가지고 있는가를 깊게 분석해 왔다(예, 남영우 외, 2000). 지리학자들이 연구한 경제지리 분석의 중요한 틀을 폴 크루그먼 교수가 그의 연구에 접목시키고 이러한 결과가 세계의 경제 틀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주었다고 한림원은 판단한 것 같다.
일찍이 지리학자들은 한 도시 구조의 발달 과정을 설명하는 “동심원 이론(concentric zone theory)”을 검정해왔고, , 도시와 도시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중력이론(gravitation theory)”을 개발하였으며, 중심부와 주변부와의 종속관계를 설명하는 “중심-주변 이론(core-periphery theory)도 개발했다. 이 이론은 세계의 중심(유럽과 미국)과 주변(남미와 아프리카) 이론으로 적용되어 제3세계와 종속이론으로 일세를 풍미하기도 했다. 스웨덴 지리학자 헤게스트란드의 "공간확산이론(spatial diffusion theory)”은 새로운 물질이나 유행이 어떻게 공간상으로 퍼져 나가는가를 설명한다. 최근에는 산업의 집적체의 국토계획상의 적용을 보여주는 “클러스터”이론과 “벨트”연계 이론도 개발되고 있다.
초기 서구 지리학자들이 주장한 조금 단순화된, 독일의 라첼에 의한 환경결정론(environmental determinism, 환경이 삶을 결정한다)과 프랑스 비달의 환경가능론(environmental possibilism, 어느 정도 인간의 의지로 자연을 변경하면서 적응할 수 있다)도 있다. 지나친 결정론도 문제지만 지나친 가능론은 결국 지구를 어렵게 만들고 인간의 문화와 경제가 적절히 어울린 삶도 어렵게 할지도 모른다. 프랑스 역사학의 아날학파는 지리학을 지역의 역사와 경제와 문화를 설명하는 중요한 틀로 삼고 있다. 지리학은 연구의 대상이고, 분석의 틀이기도 하다.
1980년대에 미국에서 당시 약이 없던 에이즈에 대한 미국으로의 유입과정과 확산 과정에 대한 분석을 미국 정부(미국보건국)는 지리학자들에게 의뢰했다. 지리학자들은 아프리카 원산-카리브해 국민들의 아프리카 용병-이들의 미국으로의 밀항, 정착-미국도시간의 전염-도시내에서의 확산 등을 설명했다. 당국은 이러한 공간적인 과정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예방을 하고자 노력했다(참고문헌 미기).
진화론을 주창한 다윈도 그의 “종의 기원”에서 그 많은 종들이 장소와 지역의 특성에 따라 종의 특성을 드러냄을 그 수많은 지역적인 특성을 연구하여 이론을 만들었다. 그의 저서를 보면 “생물지리학”의 부분이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인구론”을 주창한 영국의 경제학자 맬더스도 마찬가지로 각 지역의 특성(기후, 토양, 삼림 등 지리적인 특성)에 따라 인구부양 능력이 다르며 이러한 능력을 넘는 과잉인구는 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점을 주창하였다. 그의 저서를 보면 세계의 지리적인 특성 연구에 상당한 할애를 하고 있다. 오늘날 기술 발달로 자연을 과도하게 이용하고 오염물을 만들면서 과잉인구(?)를 유지하고 있다. 맬더스는 환경파괴와 과도한 자원개발을 통하여 인구를 부양한다는 점을 몰랐다. 오늘날 지속가능한 상태로서의 인구 규모는 맬더스가 보면 많다는 점이다.
지정학(geopolitics)에 뛰어든 칼 하우스호퍼와 같은 독일의 지리학자들은 2차세계대전을 일으킨 이유를 “생활공간, 혹은 생명공간(Lebensraum)" 이론으로 끌고 갔다. 즉 1차 대전에서 패한 독일이 해외 식민지를 빼앗기고 난 후에 다시 힘을 길러 영국과 프랑스 중심의 식민지를 ”나누자는“ 것이고 그 이유는 식민지에서 공급되는 많은 자원과 식민지로의 시장 개척을 함께 나누자는 것이었다. 유럽인들의 전쟁이었지만 2차 대전 때 동양에서 이와 유사하게 지정학에 뛰어든 일본의 지리학자들은 현재도 그 원죄 의식(?)으로 국가적인 사업이나 큰 구상에 지리학자들이 잘 나서지 못한다고 한다. 현대에 와서 국제적인 분쟁이 많아지고 국경문제와 자원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새롭게 지정학 이론이 대두되고 있다.
지리학자들은 도시가 발달하는 과정을 산업의 집중, 인구의 집중, 집적의 이익의 창출, 공간적인 연계효과, 아이디어의 집적 등으로 파악하여, 도시화와 거대도시화(metropolitanization), 초거대도시화(megalopolization), 연담도시화(conurbation) 등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국제간의 도시화의 연결로 세계화도시(global city) 등의 이론도 내세워 세계의 도시들은 이미 연계되어 있음을 밝히고 있다. 도시가 연계된다함은 자원과 인구와 산업이 연계되고 이를 위하여 금융까지도 연계되는 것이다.
경제지리학은 (오히려) 실물경제도 매우 중시한다. 결국 실물경제가 튼실하면 기초 금융을 위한 기초가 튼튼해지는 것이다. 도시는 결국 정보화(information)를 통하여 실물경제, 도시경제, 지역경제, 금융경제를 연결시키는 중심지, 결절지의 기능을 하면서 도시들끼리 순위를 가지고 최고의 순위를 가진 수위도시들끼리 또 연결이 되는 것이다. 물론 각 지역마다 자연과 문화, 즉 지리적인 조건의 차이가 어느 정도 반영도 된다. 이를 이해하는 것도 세계 경제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이다.
세계의 인구와 경제의 규모와 그 복잡성은, 아무리 경제가 가장 중요하지만, 이러한 경제 현상을 경제학자들만이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실물경제와 금융경제만 해도 복잡한데, 인종과 종교, 문화의 차이, 빈곤의 차이 등으로 인한 원조 경제, 지하경제, 구호경제, 교육경제(사교육), 종교경제, 환경경제 등을 모두 아우러지는 못할 것이다. 그나마 폴 크루그먼 교수는 경제지리 분야를 연결시키고 있어 노벨상으로 환대를 받는 것이다.
한 때 오래전에 경제학과나 경영학과, 더 오래전에 상학과 등에서는 “경제지리”과목을 대학에서 가르쳤다. 오늘날 경제지리는 거의 지리학과에서 다루고 있으며 고등학교 선택과목으로 “경제”와 함께 “경제지리”가 있지만 그리 인기 있는 편이 아니다. 경제 외에 경제지리를 배우면 확실히 세계적인 관점으로 눈을 뜨고 우리나라의 경제지리적 조건의 정확한 판단을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경제지리 과목에서 다루는 부분은 “경제현상과 지역발전과 지역이론(지역개발론, 지역발전론, 지역격차론)”, “자원과 자원문제(자원론)”, “산업과 무역이론(세계화이론, 교역론)”,지역개발과 환경문제(환경경제지리)“,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세계공간이론)“ 등을 주로 다룬다.
본인이 공저자로 참가한 대학 교재”세계화시대의 세계지리 읽기(한울, 2005)“는 세계의 자연과 문화라는 다양한 지리적인 조건 속에서 세계의 각 대륙과 국가와 지역은 어떠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장소와 지역에서의 삶의 구조는 어떠한가를 보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있다. 몇몇 사례를 들면 제1장은 “자유 시장 경제의 세계화는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5장, “미국은 21세기에도 세계화를 주도할 것인가”, 7장 “라틴아메리카는 발전의 잠재력이 있는가”, 14장, “21세기 일본의 대응전략을 무엇인가”, 15장 “중국은 세계화의 중심무대에 어떻게 복귀할 것인가”, 16장 “세계화에 따른 지역문제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등을 제시하고 있다. 2004년과 2005년의 일이다.
경제가 실제로 다루어지고 삶에 영향을 미치는 장소와 지역으로 들어가면 순수 경제학의 영역이 아닌 많은 전공과 담론이 요구되는 분석의 대상이 된다. 비교적 조용한 지리학자들의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음을 폴 크루그먼 교수의 노벨상 수상이 말해주고 있다.
(참고문헌)
남영우, 이희연, 최재헌, 2000, 경제-금융-도시의 세계화, 다락방.
옥한석, 이영민, 이민부, 서태열, 2005, 세계화 시대의 세계지리 읽기, 한울.
최운식 외, 2003, 고등학교 경제지리, 지학사.